백영옥의 말과 글 [416] 가속과 감속의 세계
유튜브의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의 일상을 보면 무력해질 때가 있다. 아침 명상과 요가, 직접 만든 디톡스 주스를 마시며, 매일 헬스장에 가는 일상이 완벽해서다.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그들의 루틴이 드러나는 순간, 나는 배달 음식을 좋아하는 게으른 느림보가 된다. 소셜미디어의 여행 사진, 친구의 승진 소식, 후배의 결혼 발표까지 우리는 누군가와 내 속도를 비교하며 수시로 초조하고 조급해한다. 독일 작가 엘케 하이덴라이히의 ‘나로 늙어간다는 것’에는 “나는 뭐든 가짓수를 줄이고 집중하려 애쓴다”는 문장이 있다. 저자는 신문 전체를 급히 훑지 않고, 읽고 싶은 기사를 끝까지 읽고, 리모컨을 이리저리 누르지 않고 영화를 끝까지 본다. 이것이 속도에 맞서는 자신의 방식이라고 말한다. 세상의 속도는 나이에 비례해 현기증 나게 빨라진다....
2025년 07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