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 정리 안되네

《삭제》

“500억 원입니다. 환승하시겠습니까?”

모니터 속 남자의 목소리…

“나를 남편으로 받아 주면 이 돈을 모두 드립니다.

현재 당신의 남편은 아마게돈 병원에 감금되어 있습니다.

당신 뱃속의 아기, 시험관 시술하셨죠?

반은 제 아이입니다.”

숨이 멎었다.

“당신은 누구죠?”

“저는 해커입니다.

이 버튼을 누르면 당신 남편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이 됩니다.”

그는 웃으며 덧붙였다.

“결정은 10초 안에.”

10, 9, 8… 손끝이 떨렸다.

남편의 기억이 번져갔다.

첫 만남,

결혼식,

그리고 병원.

3, 2, 1—

 

‘데이터 삭제 중.’

 

모니터가 꺼지고, 스마트폰 진동음이 울렸다.

발신자: 셋째

〈언니, 이제 이건 언니가 선택한 결과야.〉

숨이 막혔다. 방안을 둘러보았다.

모니터가 다시 켜졌다.

이번엔 내 얼굴이 웃고 있었다.

“당신의 신원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휴대전화가 손에서 미끄러졌다.

통화 기록엔 마지막 문장이 남아 있었다.

“삭제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