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 WITH NEXT. Utd. 〈REBOOT YOURSELF TOUR〉 연세대학교 대강당2014.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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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뭐 서두가 길었다. 정확하게 7시 10분경 공연은 시작이 됐다.
멤버들이 이미 각자의 위치에서 연주를 준비하고 있었고, 신해철은 무대의 좌측으로부터 걸어나와 시위를 당길 체제를 마련하고 있었다. 첫곡은 이범 콘서트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N.EX.T United의 신곡 [I Want It All-Demo 0.7]이었다. 본 공연에서 코러스 부분을 관객의 목소리로 채운다고 했는데, 사실 곡의 어느 부분에 관객의 목소리가 들어갈지 짐작이 가지는 않았다. 전형적 합창송인 [힘을 내]와 같은 분위기였다면 좋았을 텐데. 뭐 다 장단점이 있겠지. [I Want It All]을 듣고 난 소감은 나중에 말해보겠다. 첫곡이 끝난 후 연이어 [Show me Your Panty]를 불렀는데, 와우 난 이 부분에서 심장에서 튀어나오는 눈물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게 과연 얼마만에 느껴보는 ‘신해철이 주는 카타르시스’인가. 영화 나의 PS파트너에서 지성이 열창한 모습이 같이 오버랩 되는데, 신해철이 만든 곡에서만 느낄 수 있는 영험한 그 무언가를 느꼈으니 말이다. “니 팬티를 내게 보여줘” 이후에 관객이 함께 만들어낸 “워워워워 워워워워워” 이건 [The Dreamer]의 워워워~와 비견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연이어 나온 곡들은 [Catch me if you can] [Princess maker]였다. 이 즈음이었나. 신해철은 “따로 공식적으로 인사할 필요는 없겠지?”라는 너스레와 동시에 “지금까지 불렀던 네 곡의 곡들에 정신을 못 차리는 사람이 있네”라는 퉁의 말씀을 전해 주셨다. 초반의 네 곡은 신곡들이라 올드팬들은 잘 모를 수도 있다. 나 또한 노래는 알지만 가사는 몰라서 조금 헤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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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NEXT의 본격적인 넘버들이 창출되는 시기. [인형의 기사] [해에게서 소년에게] [Lazenca Save us] [이중인격자+The Power]를 연이어 전해주셨다. [해에게서 소년에게]는 오랜만에 들었는데, 신해철의 라이브 보컬 솜씨가 1997년으로 회귀한 느낌. 와우 이 정도로 노래를 잘 할 줄이야. 신해철을 돌아선 몇몇 팬들 중에는 그의 보컬때문에 그러한 경우가 있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그 모든 고민거리를 한방에 날려주었다. 나는 속으로 ‘노래 이 정도만 하면 콘서트 매번 올 거야’라고 속삭였다. 그 다음 신해철은 남성들의 어릴 적 꿈에 대해 논했는데, 여기저기서 이런 저런 직업들이 튀어 나왔지만 신해철은 “남자들 대부분 어릴 적 꿈은 로보트를 타고 하늘을 나는 것이다”라고 말해 좌중의 입을 막아버렸다. 사실 그게 사실이거든. 로보트태권V, 마징가Z, 메칸더V, 건담, 로보트 킹 등등 우리는 얼마나 많은, 하지만 지금은 사라져버린(지금은 그 필름들을 구경조차 할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로보트를 동경하며 살아왔던가? 그래서 신해철이 열창했던 곡은 바로 MBC의 대작 애니메이션 영혼기병 라젠카의 OST [Lazenca Save us]였다. 이 고통스럽고, 비정한 대한민국의 세상과 세월을 지켜주는 건 바로 라젠카 뿐이었던 거다. 어쩌면 라젠카가 지켜주는 게 아니라 우리의 순수한 마음, 그 마음이 지켜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중인격자+The Power]의 교접은 이미 우리가 익숙하게 들어온 것들이라 밋밋했지만, 그래도 The Power의 부르짖음은 과히 놀라움을 느낀다. 매번. 공식적으로 1부의 끝은 [Here I Stand for you]로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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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는 건반 하나와 신해철의 보컬이 잘 어우러진 [일상으로의 초대] 그리고 정기송의 기타와 신해철의 목소리, 관객의 떼창 3박자가 잘 버무려진 [날아라 병아리]로 열었다. 연이어 이번 솔로 앨범에 수록된 [단 하나의 약속] 이 곡을 부르기 전에는 “너희들은 이 세상에서 태어난 것으로 너희들 임무를 다 수행한 거야. 그러니까 지금 이 세상을 살아가는 너희들은 덤이지. 이 세상 속에서의 삶은 덤이라는 거야. 그러니까 이것저것 뭐 애써서 하려 들지말고, 그냥 아프지만 마라. 아프지 말고 건강해라”라는 묵시록을 던져 주심. 신해철의 음악을 분석하려들때, 항상 나는 표현론적 관점(문학 비평 방법 중에서)을 직시하라 라고 말한다. 그의 일대기와 그의 파란만장한 삶의 역사를 들춰보면 그의 음악이 왜 그런 식으로 만들어졌는지 이해가 가기 때문에. 그 다음 곡으로는 [재즈카페] 이 곡을 부를 때 뒤에 서 있던 두 명의 언니들이 앞으로 나와 독특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심. 그리고 신해철의 골수팬일 거 같은 야광봉 여성팬이 무대로 올라가 걸쭉한 댄스를 선보여주심. 부럽다. 연이어 [안녕] 무반주로 구성된 [민물장어의 꿈] 그리고 나를 절망에서 희망으로 이끌어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 [Hope]로 본 공연은 끝이 났다. 첫번째 앙코르 곡으로는 [그대에게] 진짜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심신이 지친 신해철이 불러준 마지막 곡은 저음으로 속삭인 [영원히] 30대의 나, 찌들대로 찌든 나의 삶, 무엇을 해도 하나도 기막히지 않은 일상, 그 일상 속에 돌을 던져 잔잔한 파문을 일그러뜨린 이는 다름 아닌 신해철이었다. 내가 공연장을 빠져 나오면서 혼자서 속삭이던 그 말 ‘오랜만에 즐겼네 행복하다’ 나와 동행한 한 사람은 나의 그 말을 듣더니 “그게 진심으로 제대로 된 공연 비평이네”라고 말해주었다. 그래, 다 필요 없다. 콘서트 보는데 가사고 나발이고, 삑싸리고 나발이고 다 필요없다. 내가 만족하고, 내가 행복하고, 내가 즐겼으면 그걸로써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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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짜리 공연을 봤다기보다는 2시간 짜리 철학 공부, 2시간 짜리 인생 공부를 하고 온 듯한 이 기분. 그래서 나와 당신, 우리 모두는 신해철과 그리고 N.EX.T에 열광하는 것이고, 그가 무슨 말을 하든, 그가 무슨 행동을 하든, 우리는 그가 다치는 게 안타까울 뿐이고, 그가 무슨 말을 하든지간에 “옳은 말만 하기를”이라고 바랄 뿐이다. – 이 또한 신해철이 원하던 부분이었고, 오늘 밤 나는 하늘을 바라보며 나의 라젠카를 기다린다. 이제나 저제나 언제 오실까 나의 라젠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