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중국이 한복을 자기네 전통복이라고 우기면 우리는 분노한다. 뉴스 댓글창은 순식간에 불타오르고, 문화도둑이라는 단어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다. 그러나 그 분노가 가라앉고 나면, 정작 우리 중 몇이나 한복의 참모습을 알고 있을까 하고 나 스스로 묻게 된다.
명절이면 인터넷에서 전통의상 세트라 적힌 전통 의상을 구매한다. 금세 커가는 아이들에게 한 번 입히기에 가격도 저렴하고, 사진 찍기에도 그럴듯하다. 그러나 그 옷의 깃과 소매, 문양과 배색은 이미 한복의 것이 아니다. 중국 전통복에 가까운 디자인이 대부분이다. 그 사실을 모른 채, 한복 입은 내집에 내아이라며 미소 짓는다.
한복을 지키자는 말은 많지만, 한복을 제대로 바라보는 눈은 적고 바로 알고자 하는 마음은 이젠 찾아보기도 힘들다. 문화는 선언이 아니라 습관 속에 스며드는 것이다. 정체성은 외침이 아니라, 선택의 결과로 남는 것이다. 한복을 잃어가는 건 남의 말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무심히 클릭한 장바구니 속에서부터 시작된 일인지도 모른다.